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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의 문
Why a good book is a secret door

*

secret door를 생각하다보니

어렸을 적 살던 아파트에는 엘리베이터가 두 개 층에 하나씩 있었고, 복도식 아파트였기 때문에 엘리베이터에서 우리집까지 가는데 좀 시간이 걸렸다.

어깨동무인지 소년중앙인지의 '미스테리' 섹션에 언젠가 '4차원'에 관한 이야기가 실렸다. 4차원, 블랙홀 따위를 나는 전설의 고향보다 더 무서워했다. "엘리베이터에서 집까지 뛰어가는 동안 4차원의 문이 잠시 열리는데, 그 전에 뛰어와 집의 문고리를 잡으면 그 안에 빨려들지 않는다."는 나만의 상상의 법칙이 생겨버렸다.그후론  정말 매번 엘리베이터 문이 땡 열리자마자 사력을 다해 뛰곤 했다.

나에겐 그 복도가 현실과 환상의 경계였다. 이 경우, 환상의 세계란 피해야 할 대상이었다. 왜냐하면 내가 읽은 글에서는 4차원 세계에선 모든 것이 조금씩 어긋나있고, 집에서 나를 기다리는 엄마는 엄마이되 내 엄마가 아니라는 이야기가 있었는데, 그 이야기가 그렇게 무서울 수가 없었던거다.

미친듯이 뛰어서 문 손잡이를 열고 들어와 엄마가 무사히 집에 있는지 보는 것은 매일 매일의 공포이고, 스릴이자, 위안이었다.

*

<나의 명원 화실>에서 '나'는 오미사 세탁소의 쉭쉭 증기 뿜는 소리가 싫고 무서워서 명원화실 복도를 한걸음에 뛰어와 화실 안에 재빨리 들어선다.

세탁소 이름은 오미사가 아니었고 (통영의 오미사 꿀빵 집에서 따옴...^^;;)
그 장면은 오미사 세탁소로 표현되는 뭔가 위협적인 세상사, 속독학원으로 표현되는 경쟁의 세계...등등에서
외따로 떨어져 나만의 위안의 공간처럼 느껴지던 예술의 세계...따위를 은근슬쩍 드러내고 싶어서 끼워넣었던 대목이지만.

아파트 복도를 뛰어오던 그 시절 나는 그렇게 재빨리 어느 공간으로 이동하고 싶었던 것 같다. 그 '복도'들은 언제나 최대한 빨리 '벗어나야 할' 경계였던 셈이다. 그리고 비밀의 문을 어서 열어 나만의 안온한 공간으로 들어서고 싶었던 마음이 간절했던 거다.

비밀의 문. 그 때는 있었는데.




by 힌토끼 | 2016/11/21 10:03 | 그림+책 | 트랙백 | 덧글(0)
계약서의 모든 것 - 그림책 협회 세미나

건강하고 평화로운 그림책 환경과 창작자의 권익 보호를 위해
그림책협회 연구 분과에서 ‘계약서의 모든 것’ 이란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합니다.
‘계약이란 무엇인지?’란 기본 개념부터 시작해서 ‘계약 문제 대처’까지
계약서를 둘러싼 모든 것을 이해하고 나누는 자리입니다.

저작권에 대한 2차 세미나를 2017년 봄에 계획하고 있습니다.
1차 세미나에서는 창작자들이 알아야 할 정보와 쟁점을 서로 나누고,
2차 세미나에서는 조사된 저작권 침해사례에 대해 함께 대처할 수 있는 기본 방향을 모색하고 정리할 것입니다.
많은 관심과 참여 바랍니다.

강사 : 박종암 (작가 에이전시 P 대표, 도서출판 르네상스 대표), 김하늘(동화작가)
시간 : 2016년 12월 1일(목) 오후 3~6시
장소 : 책읽는사회문화재단 강당(혜화역 1번 출구에서 도보)
참여방법 : https://goo.gl/forms/MebqUSIpLRV8olYt2 구글설문지를 통한 사전 신청 (입금순, 선착순 100명)
접수마감 : 11월 23일까지 (협회 회원 우선 접수)
참가비 : 협회회원-무료, 비회원-1만원 (신한은행 100-031-538820 그림책협회)

****

창작자들이 평화롭게 작업하기위해서는스스로 자신의 권리를 잘 알고 지키는 것이 첫번째 일일 겁니다. 궁금했으나 물어볼 곳이 없었던 질문들, 아쉬웠던 점들을 함께 모아보는 자리를 만들어보면 좋겠습니다.




by 힌토끼 | 2016/11/19 11:29 | 그림+책 | 트랙백 | 덧글(0)
니콜라우스 하이델바흐
필요할 때 생각해내려면 절대 안 떠오르는 이름이 두 개있는데:

얀 슈반크마이어 Jan Svankmajer

니콜라우스 하이델바흐 Nikolaus Heidelbach

*

책방에서 책을 펼쳐보고 한눈에 사로잡혀 사 버렸던, 기억에 남을 만한 책인
"나는 커서 바다표범이 될거야"
때문에 줄줄이 책을 샀는데, '여왕 기젤라'를 이제서야 찬찬히 읽었다.

하이델바흐의 책은 그림의 톤 때문에 항상 뭔가 본 이야기에 한꺼풀 더, 또 다른 이야기가 씌워져있는 것 같은 환상을 준다. 처음에 보면 묘사된 아이의 모습도 늙은이 같고 어색해보이지만 (저쪽 동네 사람들이 그림을 그리는 방식이 좀 그런 것 같다. 요르크 뮐러도 사람은 참...), 책의 마지막에 가면 그 아이가 정말 '아이'답게 느껴진다.

세계의 이면을 표현하는 일은 언제나 작가들의 관심사이지만, 그것을 표현하는 방식이 정말 제각각인 것 같다. 하이델바흐의 그림책을 보고 있으면, 주제 선정부터 그림의 스타일까지 묘하게 어우러져, 알 듯 모를 듯 미묘하게 세계의 저편을 (그닥 알고 싶지않을 이면을) 의뭉스럽게 보여주는 듯 하다.

기젤라를 바다로 보내버리는 미어캣들의 눈동자에 소름이 돋았다. 아이고 좋아라.
by 힌토끼 | 2016/11/06 08:50 | 그림+책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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