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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국어의 힘

싱가폴에서 들어올 때, 사람들이 왜 한국으로 돌아가냐고 물었다. 애들 교육을 생각하면 싱가폴에 있는 게 낫지 않느냐면서. 한국의 그 무한 경쟁 대열에서 어찌 살아남겠냐고. 일부러 싱가폴로 어학하러 오기도 하는데 굳이 왜 가냐고.

싱가폴에서 한국으로 들어온 이유는 몇 가지가 있었다. 그 중 하나는 아이들을 외국에서 키우고 싶지 않다는 이유도 있었다. 아이들을 외국에서 키우고 싶지 않은 이유도 또한 몇 가지 있었다. 그 중 하나는 언어에 관한 문제이다.

아이러니한 걸까? 언어 때문에들 나온다는데, 나는 언어 때문에 들어간다고 말하는 것이.




미국에서 가끔 이런 한국인 가족의 풍경을 보았다. 아이들은 영어로 말하고, 부모들은 한국말로 대답하는 대화의 풍경. 싱가폴에서 한 친구는 이렇게 말했다. 자신의 아이들이 언뜻 보기에 native 처럼 말하는 것 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일상생활에서 쓰는 영어가 그래보일 뿐, 영어도, 모국어도 자기가 보기엔 그닥 깊이가 없다고. 아이들은, 결국은 자기가 편한 언어로 가게 되어있다. 우리나라 엄마들이 그토록 원하는 '영어 환경'에서는 영어로 가게 되어있다. 그러나 다른 편의 언어도 그만큼의 수준으로 같이 가려면 엄청난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그만큼의 수준'이 문제가 아니다. 인생은 디테일이다. 그 디테일들을 비슷하게라도 표현할 수 있는 언어를 가지고 있는 것이 얼마나 큰 자산이 되는지. 아니. 자산이 아니다. 나의 내밀한 마음을 표현할 수 있는 언어를 갖고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것인지. 그것은 내가 태어나서부터 갖고 숨쉬고 자란 모국어의 힘이다.

당장 그런 생각이 들었었다. 외국어를 구사하는 것이 더 편한 내 아이가 십대가 되었을 때, 다른 언어를 쓰는 엄마인 내가 그것을 '잘' 알아들을 수 있을까. 아이의 마음을 느낄 수 있을까. 나는 내 아이와 '같은' 언어를 쓰고 싶다. 그리고 그 언어가 나누어주는 공통의 감정을 느끼고 싶다. 아니, 적어도 그럴 수 있는 가능성이 더 큰 쪽을 선택하고 싶다. (같은 언어를 쓰고 있어도 십대란 외계어를 쓰겠지만. 그래도.)

아이들이 입만 벌리면 아름다운 말들을 쏟아낸다. 그 작은 머리로, 그 짧게 살아온 경험에서 유추된 온갖 단어들을 조합하고 있는 거다. 이젠 제법 어떤 뉘앙스의 차이도 실험한다. 그리고 주변에서 쏟아지는 말들의 세례를 받는다. 그 모든 것들이 소중하다. 다양한 말들이 가슴에 모인다. 그리고 그것들이 장차 나올 말들의 씨앗이 되고, 자신만의 은유가 되고.

도대체 왜 영어 유치원 따위에 애들을 보내는지. 그 조물조물한 언어의 세계가 폭발적으로 확장되는 시기에, 그것도 한국에서.
외국어는 외국어일 뿐. 필요에 의해 습득하면 될 일이다.

영어유치원에서 견학을 나온 듯, 한 무리의 유치원생들과 마주친 적이 있었다. 아이들은 외국인 선생의 눈치를 힐끔 힐끔 보면서 속삭이듯 서로 한국말로 말했고, 선생이 다가와 말이라도 걸면 조용--해졌다. 왜, 모국어를 쓰면서 눈치를 보는 경험을 그 어린 나이부터 해야하는지. 터져나와야 할 예쁘고 엉뚱한 말들의 통로가 막히고, 그 잠재적인 스트레스는 어디선가 엉뚱한데서 터져나올 것이다.


오랫만에 신영복의 시집을 곁에 두고. 드는 생각을 주섬 주섬 써본다. 가슴에 와 박히는 이미지의 언어를 느끼면서.













by 힌토끼 | 2013/10/24 23:54 | 토끼굴 일상사 | 트랙백 | 덧글(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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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우이동꽃미녀 at 2013/10/25 23:17
아!!! 정말 속이다 시원하네요! 영어쓰면 혼난다는 영어유치원생을보며 미친세상이구나 했습니다!
글좀 옮겨도 될까요?
Commented by 힌토끼 at 2013/10/28 10:19
ㅎㅎ 넹.
Commented by 지나가다 at 2013/10/26 18:40
저는 또래 애들보다 훨씬 늦게, 초등학교 6학년에 들어서서 알파벳 배우기 시작했는데요, 몇 달 만에 학원에서 성적 톱이었고, 지금도 영어에는 자신이 있습니다. 물론 네이티브에는 못 미치지만 어차피 외국어인걸요 뭐. 모국어를 이해하는 능력이 어느 정도 되었을 때 외국어를 습득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생각합니다.
Commented by 보리애미 at 2013/10/29 14:44
참 멋진부모유. 부모들의 신념과 용기가 재력보다 더필요한것을!
Commented by 힌토끼 at 2013/11/01 12:11
아녀유. 모든 이야기는 case by case겠지만서도, 걍 갑자기 답답해서 써봤시유.
Commented by 재크와콩나무 at 2013/11/04 08:28
격하게 공감합니다!
Commented at 2013/11/06 15:55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힌토끼 at 2013/11/12 10:50
고맙습니다.

그러게요..선택의 기로. 끝없는!
Commented at 2013/11/08 16:51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힌토끼 at 2013/11/12 10:52
넵. 싱가폴이 아니라 한국에 있습니다.

제 책을 잘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말씀하신 소논문이 궁금하군요. 제 메일주소는 suzyleebooks 골뱅이 야후.com입니다.

맨 아랫쪽에 쓰신 '공지'에 관해선 저도 아는 바가 없습니다.
Commented by 친구 at 2013/12/05 11:49
멋지다. 아줌마들의 마음에 이 글귀들이 콕콕 박혀서 변화되는 날이 왔음 좋겠다
Commented by 힌토끼 at 2013/12/05 12:28
친구의 현명함과 솔직함이 고마웠지...
Commented at 2018/03/27 21:56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힌토끼 at 2018/04/03 03:56
지금 보니 제가 되게 거창하게 글을 썼군요 ^^;; 그래도 그 마음은 절실했답니다.
부모 욕심...그쵸. 저도 그게 제일 무서워요. 나중에 원망 안 들을 선택을 잘 하고 있는지도요.

잘 해보자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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