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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점은 단 한 군데
어제 광화문 교보에서 "이렇게 멋진 그림책"이란 제목으로 강연.

강연을 많이 했다면 많이 했는데--정말 다양한 상황, 다양한 관중, 다양한 장소에서.
여전히 강연 하기 직전에는 마음에 부담이 많이 되고, 들으러 오는 분들에게 걸음한 만큼의 값어치가 되지 못할까 걱정이 되곤 한다.

그러나, 나이 먹어서 좋은 점은- 반복에 의해 쌓인 보상(?)에 대한 기대. 역시나, 스트레스 받은 만큼의 보람은 돌아올 거라는. 그리고 실제로 그렇다. 강연 한 번 할 때마다 내 안에 많은 것들이 뒤집듯 한 번 갈리고, 그 위에 새로운 것이 쌓인다. 그렇지 않다면 계속 할 수 없을 것이다...

강연 준비하면서 내 스스로 새롭게 발견하는 것들, 강연 때 받는 새로운 질문들, 처음 하는 이야기, 계속 붙들고 있었던, 안 풀렸던 질문에 대한 갑작스러운 답. 미처 하지 못했던 이야기, 더 강조했어야 할 것들, 아쉬움, 관중의 눈빛, 마음, 웃음.

강연 끝나고 들렀던 갤러리 644에서의 이진아 작가 전시.
독특한 공간에 어울리는 독특한 작업. 창신동의 분위기가 한 몫 했다. 마침 갤러리에 계셨던 선배와의 잠깐의 대화에 강연의 피로가 씻겨내렸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끊임없이 무언가를 만들고 내어놓는 작가들은
결국 허무하고 부끄럽고 마뜩찮은 것들을 또 다시 내어놓고 (결국 내어놓고)
사람들을 맞는다. 전시하는 기분도 강연하는 기분과 같을 거다.
(내가 뭐 그리 대단하다고 이걸 내놓고 당신을 불러내는가.)

그러나 결국 그들도 '나'를 보러 오는 건 아니다. 자기가 듣고 싶은 이야기, 자기 안의 것들을 확인하러 오는 셈이다. 확인하면 좋고, 아니면 할 수 없는 거고. 서로가 핑곗거리가 되어주는거다. 그 핑곗거리가 서로 좀 더 쉽게 되어주면 좋을텐데. 왜 매번 그리도 어렵고 힘든지. 습관이 되어야 하는데, 그게 어렵다.

작가들은 자뻑에 살고 자뻑에 죽는다. 안 그러면 작업을 할 수가 없다. 그토록 불안정한 자아들이 자뻑의 힘으로 겨우 밀어올려 그만큼의 창으로 세상과 교류하고 또 그만큼의 힘으로 다음을 밀고간다. 결국 의미있는 것은 자뻑의 결과물이 아니라, 그것을 밀어가는 과정을 드러내고, 그 과정에서 비슷한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다.

그림책은 핑계다. 아주 좋은 핑곗거리이다. 그림책을 목적으로 삼으면 초라해진다. (그림책이 뭐 그리 대단한 거라고!!! 그림책이 없어도 세상은 잘 굴러간다.) 그림책이든 뭐든 어떤 예술의 형태든, 그것을 밀어가는 과정, 그 과정에 나의 애타는 마음이 한 결이라도 들어가고, 그것을 알아보는 매의 눈, 당신과 나의 내밀한 만남 따위가 계속 뭔가를 지속하게 만드는 것이다.

어제 강연에서 사실 그림책이란 매체가 얼마나 '멋진'지 이야기 하려고 준비했었다. 멋진 지 모를까봐가 아니라, 작가의 부푼 마음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던 거다. 작업하는 과정에서 불현듯 몰입할 떄, 그때 나도 모르게 나오는 넘실 넘실 넘치는 마음, 그런 것들이 표현된 작업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

예전에는 그저 그림이 멋진 책이 좋았다. 글 따위는 아무래도 좋았다. (죄송합니다)
그러더니, 그 다음엔 그림이 멋진 책은 보기도 싫었다. 마음을 울리는 책이 아니라면 쓸데없는 멋진 그림따위는 쓰레기다 싶었다. (죄송합니다)
그런데 이제는 그림책의 완성도는 떨어질 지언정, 작가의 부푼 마음이 담긴 한 장면, 한 순간이 있는 그림책을 집어든다. 그리고 그것이 결국 계산대까지 들고 가서 돈을 내고 내 것으로 만들게 한다.

모든 작업이 독자에게, 관객에게 다가가는 지점은, 접점은 단 한 군데이다.



*********************************


* 어제 강연에서 기억에 남는 질문들과 답. 못 다한 추가 답변들.

질문 1:
작가님의 책에는 "몰입하는 아이"가 자주 등장합니다.

: 제 책의 아이들이 '혼자'노는 것을 걱정하는 분들이 가끔 있습니다. (너무 확대해석 하지마시고...이걸 '사회성'의 측면에서 보시면 곤란...)
함께 놀든, 혼자 놀든, 결국 몰입의 순간은 혼자.여야 하는 거죠. 자신의 내밀한 세계와 만나는 경험. 자기의 상상 속으로 확 들어가려면 여러가지 조건과 환경이 필요하죠. 그 조건을 제가 그림책에서 마련해주고자 하는 것 같아요. 자 여기서 놀아라.하고. 그리고 그 아이와 함께 내 안으로 들어가는 겁니다. 주변의 모든 것을 차단하고, 한 순간이라도. 몰입의 경험, 좋았던 기억. 그 기억을 그 경험을 몸에 새기면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아는 어른들로 성장하겠지요.

질문 2:
작가님은 다른 사람의 글에 그림을 그릴 때, "더 환해지는 것" 같습니다.

: 그러게요. ㅎㅎ 그런 원고들은 제게 좋은 계기를 만들어주지요.
받은 글에 그림을 그릴 때는 글과 그림사이에 공간이 큰 글을 선호한다는 이야기를 앞에서 했었죠. 더불어서, 제가 원고를 선택할 때는 혼자서는 생각할 법 하지 않은 이야기들을 덥썩. 잡는 것 같습니다.

"아이다움", 그리고 "아름다움" 소위 말하는 어린이 그림책의 본령을 건드리는 원고들에 끌리는 듯 합니다. 대책없이 아름다운 것들에 대해서요.
아이의 몸짓, 아이의 작은 몸, 그 예쁨을, 그 작은 생명력을 그리고 싶은 넘치는 마음. 그걸 담을 수 있는 좋은 작가들의 좋은 원고를 핑계삼아 꺼내어 보는 겁니다.


질문3:
굳이 글없는 그림책의 형식을 선택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글이 콕 집어주지 않아야 비로소 드러나는 이야기 방식을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시각적 내러티브는 동시적이면서 순차적입니다.  한눈에 파악되면서 동시에 눈으로 하나 하나의 요소를 좇습니다. 보는 순서에 따라 이야기가 달라지기도 하지요. 어떻게 보든, 그림으로 이끌어가는 이야기를 보는 동안, 내 안에서 이야기가 조용히 생겨납니다. ('조용히'가 중요합니다) 밖에서 읽어주는 '글'이라는 목소리가 있으면 생길 수 없는 내러티브이지요. (명원화실-에셔의 예)

그것이 작동하는 방식은 문학적 서사와는 다릅니다. 그리고 그것은 누군가에게 말로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그게 문제..) 모호하지만 모호함 그 자체가 그 감흥을 만들어내는 가장 중요한 요소이죠. 말로 콕. 집을 수 없기때문에 생겨나는 뭉게 뭉게한 어떤 것. 그저 그 순간에- 그 그림을 읽어내고 있을때 내 안에서 슬며시 생겨났다가 슬며시 사라지는 감흥일 뿐이지만요.




by 힌토끼 | 2017/09/10 06:25 | 그림책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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