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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책 <강이>
<강이> 작업 일지

곧 새 책이 나온다.

강이 이야기는 진작 부터 쓰고 싶어서 몇 번 시도를 했었다. 처음 스케치에선 화자가 아이들이었고, 아이들의 관점에서 이야기가 진행되었다. 그리고 (당연히) 강이의 즐거운 일상 이야기였다. 에곤 타운센트의 책은 그런 즐거움과 다소의 허무맹랑한 모험으로서 참고가 되었다.


그러다가 흐지부지 되었고, 강이의 이야기는 그냥 에피소드 처럼 남았다. 그리고 시간이 흘렀고, 미국에 갔고, 강이가 아파졌고, 여러가지가 겹쳐...일이 그리되었다. 한동안은 생각만해도 눈물이 줄줄 흘러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그리고 그 소식을 전했을 때 아이들의 슬픔이란...그것을 보고 있는 것도 힘들었다.
(아이들이 자기 전 누워있을 때 이야기를 한 죄로, 꽤 오랫동안 아이들은 베개를 베고 누우면 훌쩍 훌쩍 울었다.)


강이란 이름을 입에 올리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미어지던 중, 어느 날 갑자기 이미지가 솟았다. 빨리, 휙. 잡아내는 책을 만들자는 생각과 더불어, 지금 이 감정이 아니면 다시는 못 만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림이란 시절을 표현하는 것이다.고 언젠가 소윤경 작가가 이야기 했었는데. 어쨌거나, 아무리 좋은 이야깃거리라도 어느 순간 솟아나는 그 감정을 놓치면 다시 돌아오기는 어렵다.


예전에 찍어뒀던 사진들을 꺼내어 보고 있노라니, 몇 년 새에 강이 얼굴의 변화가 보였다. 이미 커서 우리집에 온 것이었지만, 그 까만 얼굴에서도 미세하게 어른 개의 얼굴로 변화하는 것이 드러나보였다. 떠오르는 이미지, 그리고 그 사진들을 보고, 내가 좋아하던 강이의 느낌을 아주 빠르게, 많이 그려냈다. (실제로 그림 그린 시간은 어쩌면 며칠정도.) 그림으로 이미지를 쓴다.는 것이 정말 이런 것이구나하는 생각이 드는 작업 과정이었다. 종이를 보고 있으면 그림이 보였고, 그것을 화면에 그냥 고정시키는 느낌으로 그려갔다. 단순히 이미지의 윤곽만 보이는 게 아니다! 선의 강도, 농담, 그리고 심지어 색까지 보인다. 이정도면 거의 무당의 수준이군.하는 새삼스런 생각을 했다.


그걸 늘어놓고 있으니 아이들이 와서 보고 무척 싫어했다. 속상하다고. 나는 오히려 자꾸 들여다보고 있으니 마음이 가라앉는 느낌이었다. 그냥 계속 작업했다. 책상 위가 강이 그림으로 가득 찼다. 한 번은 바다가 와서 그 그림들을 찬찬히 보고, 써놓은 글들을 읽더니 눈물이 크게 터져버렸다. 흐느낌으로 시작한 그 울음은 결국 대성통곡이 되어서, 나는 작업을 멈추고 바다를 오랫동안 안고 있어야 했다. 이건 너무 가혹한 일일까? 산이에게 완성된 1차 더미를 보여줬더니, 다 보고 돌려주는데 눈에 눈물이 가득하다.


그 맘때 쯤 이야기의 틀은 잡혔고--강이가 우리 집에 오게 된 경위도 그렇고 검은 개가 풍기는 이미지도 워낙 극적인 요소가 많아 이야기의 흐름은 금방 잡혔다. 그런데 그렇게 다큐식의 진행이면 끝도 그렇게 가야하는 건가? 몇 몇 이미지들은 나 조차도 보는 것이 힘들었다. 엄마가 카톡으로 느닷없이 강이가 링겔을 맞고 있는 사진을 보내줬는데 그걸 보고는 나도 한참 울었다. 아..정말 못 하겠다. 끝이 가까워질 수록 괴로움만 더해졌다.

그림들을 늘어놓고 보던 중,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이것은 '이야기'인데. 한 번 가볍게 뛰어올라도 되지 않을까?

그래서 결국, 마지막을 바꾸었다. 물론 석연찮은 단서들이 섞여 있겠지만. 보는 사람 마음에 그냥 스며들기를.



*

"엄마는 왜 괜찮아?"
내가 작업하는 것을 볼 때 마다 매일 울던 바다가 물었다.

"글쎄. 처음엔 안 괜찮았는데, 자꾸 자꾸 그리고 보니까 점점 괜찮아지네?"
대답했다.

작업한 지 한 달 정도 지났을 때인가, 옆에 와서 작업하는 걸 지켜보더니,
"엄마, 나도 이제 괜찮아." 한다.


*

한국 오자마자 출판사에 보냈고, 조금 급하지만 겨울이 지나기 전에 내자는 결론이 나왔다.
지난 주 초에 최종 교정을 보았고, 아마도 해가 바뀌는 시점에 세상에 나올 것 같다.

어제 내 책상 위에 놓인 더미북을 집어들더니, 바다가 또 도로 내려놓는다.

"왜. 이제 괜찮다며."
"아냐. 안 괜찮아."

하면서 나간다.

괜찮을 수 없지. 당연하지. 책이 나와도, 나도 도로 내려 놓을 것 같다.


*
샹하이 북페어에 갔을 때 내가 참여했던 패널 디스커션의 주제가
What makes a classic picture-book character? 였다.

내 발표 중... "내 책들은 글없는 그림책들이 많고 게다가 캐릭터들이 이름이 없다.. 내 책들은 클래식 되긴 글렀다." 류의 이야기에 청중들이 많이 웃었다.
본의 아니게 등장인물의 이름이 있는 나의 첫 책이 되었다. 원래 책 제목은 <눈밭의 검은 개>였는데, 너무 일반적으로 느껴져 "강이"로 가자고 편집자가 제안했다.

하필이면.
부를때마다 가슴이 뭔가로 찔리는 느낌이다.

자이언 티 노래 중에 ~"이 노래 유명해지지 않았으면 해~"란 가사가 있던데
비슷한 심정이다.

(책을 내질 말든가.)


.
by 힌토끼 | 2018/12/21 14:46 | 그림책 | 트랙백 | 덧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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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retoy at 2018/12/21 18:38
음악가였음 음악을 만들었을테고 연극연출가였음 연극을 만들었을지도
어쩌면 직접 길렀던 강아지의 이야기를 그것도 슬픔을 안고 있는채로 그려낼 수 밖에 없었던건 아마도 강이가 너희가족에게 주었던 그 소증한 무언가를
수년이 흐른 뒤에도 기억하고 남기고 싶은 마음일 것이야.
강이를 비롯한 그 반려가족들에게 바치는 작은 선물.
잘했어.친구.
Commented by retoy at 2018/12/21 18:44
슬픔의 고통이 서서히 추억으로 반추될 즈음 그래도 잘했다는 생각이 반드시 들꺼야.(고마운 강이도 끄덕)
어쩌면 반려동물들이 주고 간 것이 더 많은 지도.
슬픔은 아마 그 고마움으로 다시 채워질꺼야,힘내.
Commented by 힌토끼 at 2018/12/27 10:15
감사합니다. 힘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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