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at's the use of a book without pictures or conversations?"said Alice.
by 힌토끼
메모장
그림+책을 만드는 힌토끼의 잡다한 이야기
suzyleebooks.com
카테고리
전체
그림책
그림+책
Bloomington
산+바다
토끼굴 일상사
Singapura
letters
번쩍
poignant
정답은 없다
작가가 작가에게
산+바다의 책장
나를 만든 책
미분류
최근 등록된 덧글
사진 잘 보았습니다. 독..
by 힌토끼 at 06/20
앗! 제가 요즘 너무 바빠..
by 힌토끼 at 06/17
작가님 안녕하세요~ 조..
by 혜성같은 사냥꾼 at 06/07
뭐야 안 자고 있었던 거야..
by 힌토끼 at 03/22
감사합니다. 힘 납니다.
by 힌토끼 at 12/27
아~ 미국으로 아예 훌쩍..
by 한지현 at 12/22
슬픔의 고통이 서서히 ..
by retoy at 12/21
음악가였음 음악을 만들..
by retoy at 12/21
안녕하세요~ 오랫만이..
by 힌토끼 at 12/21
답이 늦었습니다. 메일 ..
by 힌토끼 at 07/24
최근 등록된 트랙백
이전블로그
more...
이글루 파인더

rss

skin by 네메시스
자기표현인가 소통인가

자기표현인가 소통인가.    _이수지


최근에 읽은 책 세 권에서 공통으로 다루는 이야기가 있었다. 모두 무언가를  ‘만드는’ 일에 대한 고찰이고, 그것이 ‘누구’를 향하고 있는가에 대한 것이다.


“세상에는 두 종류의 작가가 있는데, 하나는 '담는 일'에 주력하는 작가이고, 다른 하나는 '꺼내는 일'에 주력하는 작가입니다. 앞의 작가가 '작품'을 우위에 둔다면, 뒤의 작가는 '소통'에 우위를 둡니다.”

<이야기가 노는 법> 위기철/ 창비


“동화는 어린이를 위한, 그러니까 '수신'의 장르다.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아니다. '너에게 전하는' 이야기다. “

<동화 쓰는 법> 이현/ 유유


두 책은 동화 작법에 관한 책이고, 자기가 쓰는 글의 대상을 명확히 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어린이문학은 ‘문학’ 앞에 아예 ‘어린이’를 두고 이 매체의 수용자를 확실히 한다. 어린이를 전제로 하는 문학에서 대상을 모호하게하고 뜬구름 잡는 글을 쓰는 것은 있을 수 없다.

그런데, 그림책의 경우는 어떨까? 어린이를 포함하면서도 대상이 확장되어있는 매체이다보니, 저렇게 선명하게 구분하는 것이 그닥 석연치 않다.  그러다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에세이 <걷는 듯 천천히>를 보았다. 이 책에도 비슷한 대목이 나온다.


영화나 TV 방송은 당신에게 무엇입니까?

이런 본질적인, 그래서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을 종종 듣는다.

"커뮤니케이션입니다." 최근에는 이렇게 답하고 있다.

"자기표현은 아닌가요?"...


나도 인터뷰, 독자와의 대화같은 자리에서 ‘자기표현’과 ‘소통’이라는 단어가 나오면 아아..한숨이 먼저 나온다.  공기 반 소리 반 마냥, 자기표현 반 소통 반이라 퉁치고 넘어갈까. 어쨌든 작가들은 어떤 식으로라도 대답을 마련해두어야 하는 것이다.


‘어린이’가 앞에 붙지 않는 영화 감독이라 그런지, 고레에다 히로카즈가 내놓은 답변이 포괄적으로 와닿는다.


내가 작품을 낳는 것이 아니다. 작품도 감정도 일단은 세계에 내재되어 있고, 나는 그것을 주워 모아 손바닥에 올린 뒤 "자, 이것 봐" 하며 보여줄 뿐이다. 작품은 세계와의 대화(커뮤니케이션)다.


이 말은 ‘자기표현’이라는 무척 협소한 인상을 주는 말에 생기를 불어넣는다. 창작자는 세계와 소통하고, 그 과정에서 생긴 감흥과 감동, 그리고 담고 싶은 이야기를 자기 식으로 표현한다. 표현의 전제는 소통이다. 소통이란 말 대신 대화라고 하면 더 명료해진다. 나는 당신과 대화하고 싶다. 나의 이 충만한 느낌을 나누고 싶다. 이런 의미에서라면 소통과 자기표현은 다르지 않다. 그 소통의 방식이 후지거나 적절하지 않을 때, 그리고 진심으로 전하려는 마음이 부족할 때 그 자신만의 표현에 머무르게 되는 것 아닐까.


소통의 방식을 고민하면서 이현 작가는 <동화 쓰는 법>에서 이렇게 말한다.


그러므로 창작의 과정에서 고려해야 하는 것은 책이 나왔을 때 읽게 될 실제독자가 아닌 내포독자, 즉 작가가 임의로 설정한 독자다. 김영수냐 이영희냐, 이것이 내포독자다. 학년이나 성별로는 부족하다. “아 , 그런 애!”하고 구체적으로 실감할 만한 어린이여야 한다. ...


...내포독자가 명확할수록 이야기는 구체화된다. 생명력을 얻는다.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이야기가 된다. 단 한 사람을 위한 이야기니, 단 하나밖에 없는 이야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다.


고레에다 히로카즈도 비슷한 이야기를 한다.


"누군가 한 사람을 떠올리며 만들어라." 방송국 신입 사원 시절, 선배에게 이런 말을 들었습니다. "시청자라는 모호한 대상을 지향해 방송을 만들면 결국 누구에게도 가닿지 않는다. 어머니라도 애인이라도 좋으니 한 사람에게 이야기하듯 만들어라." 즉, 작품을 표현이 아닌 대화로 여기라고 그는 말했던 것입니다. 이를 염두에 두고 만들면 분명 작품은 문이나 창문을 열어젖힌 듯, 바람이 잘 드나들게 됩니다.


얼마 전, 비룡소 편집장에게 이 이야기를 했더니, 본인도 새내기 편집자 무렵에 선배로부터 그런 이야기를 들었다고 했다. 책을 만들 때 구체적인 독자를 생각하면서 만들라는 조언이었다는 거다. 그러고 보니, 구체적인 하나의 대상을 상상하는 것은 소통을 전제로 한 창작물의 중요한 요소로 느껴진다.


표현이 아닌 대화로서의 작품. 나는 ‘대화’라는 단어에 대한 특별한 애착이 있다. 스무 살 초입에 읽었던 김현의 <젊은 시인들의 상상 세계>의 발문에서 나왔던 ‘대화’ 때문이다.


대화의 아름다움은 같이 나아감에 있다. 젊은 시인들의 시는, 시가 같이 나아가고 있는 정신의 한 양태라는 것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나아가다니? 어디로 같이 나아가는가? 모든 대화의 종말이 그러하듯, 따뜻하게 헤어질 수 있게 나아가는 것이다.


고레에다 히로카즈는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이란 영화를 만들 때, 당시 세 살이던 딸이 열 살이 되었을 때 보여주고 싶다고 생각하며 만들었다고 했다. 참 구체적이다. 그 영화를 딸에게 말을 걸듯 만들었다고 했다. 동화가 되었든, 그림책이 되었든, 영화가 되었든, 무엇이 되었든, 내가 보고 있는 이것, 내가 느끼는 이것을 너와 나누고 싶어, 라는 마음은 모든 것의 시작이구나. 그리고 그 마음을 아주 구체적인 그에게 말 걸듯 만들어 세상에 내놓는다면, 어찌 누구라도 만나지 않을 수 있을까.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만들었을 때, 내가 그 책을 보여주고 싶었던 독자는 오로지 ‘나’였다. 완전 재밌고 즐거운 그 세계를 내가 나에게 보여주면서 혼자 신나서 뒤로 넘어갔다. 그 책의 독자라면, 앨리스 책에 숨겨진 온갖 장치들과 은유, 뒷이야기 따위에 열광할 눈 밑 시커먼 당시의 나와 같은 독자들이었을 거다. 내가 보여주고 싶은 세계는 계속 변해왔다. 만든 책마다 당시 그때의 내가 누구를 향해있었는지 보인다. 가끔 예상치 못한 종류의 독자 반응을 보면서 역시 사람들은 자기가 보고 싶은 것을 보는구나, 깨닫는 덤도 있었다. 미숙한 행보였고 책 한 권 만들 때마다 화들짝 놀라면서 깨닫고 배워나가는 과정이었지만, 내가 누구를 만나고 싶은지는 점점 명확해졌던 것 같다. 그러나 그것은 나의 간절한 소망일 뿐이지 내 쪽에서  대놓고 ‘난 당신과 소통할 거야’라면서 무언가를 만든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오히려 어린이를 ‘위해’ 뭔가를 만든다는 사람들을 더 경계했던 것 같다.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그림책은 늘 헷갈리기 일쑤다. 하지만 결국, 작가란, 재미있고 신나고 빛나고 아름다운 것들을 주워 올려 손바닥에 놓은 뒤 “이것 좀 봐, 근사하지!” 할 수밖에 없는 것 아닐까? 그게 전부 아닐까?


우리는 끝없이 그에게 마음을 다해 신호를 보내며 살아간다. 간혹 반응해 되돌아오는 신호에 기뻐하며,

그리곤 따뜻하게 헤어지는 것이다







.





by 힌토끼 | 2019/05/28 14:32 | 그림책 | 트랙백 | 덧글(2)
트랙백 주소 : http://tokigool.egloos.com/tb/5919859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Commented at 2019/06/19 21:21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힌토끼 at 2019/06/20 17:14
사진 잘 보았습니다. 독일어판은 오랫만에 보네요. 감사합니다! ^^

:         :

:

비공개 덧글

<< 이전 페이지 다음 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