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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빵 2심 패소

구름빵 2심 패소 소식을 들었다. 

“하지만 재판부는 “2003년 당시 백 씨가 신인 작가였던 점을 고려하면 계약 조항은 상업적인 위험을 적절히 분담하려는 측면도 있다”며 “백 씨에게 부당하게 불리한 조항이라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이게 무슨 말이냐. 그럼 신인 작가들은 신인이므로 자기의 권리를 개선할 수 있는 일말의 여지도 없는 “모든 권리 몽땅 양도계약서”를 출판사의 위험을 분담해주기 위해서 무조건 받아들여야 한다는 말인가? 이럴 거면 도대체 출판 분야 표준계약서는 왜 만든 거냐. 
정책 브리핑: 저작권 양도 계약서 시정
(이 링크 마지막 질의응답은 더 의아하다. 애초에 문제를 제기한 당사자는 왜 해결을 안 해주고 피해 가는거지? “학습지 주력회사”라서라니. 거참.)

*

그저 구름빵 책 사건을 풍문으로만 들어 왔다. 작년 서울국제도서전 때 백희나 작가와 함께 북 토크가 있었지만, 궁금하긴 한데 물어보면 혹시 더 힘들게 하는 걸까, 폐가 되려나 싶어 그저 신변잡기만 떠들다 인사를 나누고 헤어졌다. 안 그래도 창백해 보이는 양반 (북 토크 당일 아침에 링거 맞고 왔다고 하셨다), 괜히 더 창백하게 만들까 주저되었다. 그보다도 내가 아는 게 별로 없었다. 일이 진행 되가는 양상이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몇 년 전 구름빵으로 떠들썩했던 처음, 불공정 양도 계약에 관하여 한솔 측에서 저작권을 돌려주기로 했다는 기사를 봤다. 아, 참 잘 되었다 싶었다. 구름빵을 계기로 표준 계약서도 제정되었다. 그런데 몇 년 지나서도 여전히 소송이 진행 중이란다. 대부분의 작가가 그랬을 거다. “해결된 것 아니었어?” 그러더니 그다음엔 갑자기 백희나 작가의 단독 저작자 여부가 소송의 쟁점이라는 거다. 이러쿵저러쿵 소문이 난무했다. 애초의 저작권 문제가 왜 이렇게 비화하였는지 나중에서야 전해 들었다. 구름빵의 2차 저작권이 출판사를 넘어 넘어 다른 곳으로 넘어가 있었고, 그것을 찾고자 하면, 백희나 작가가 단독저작자임을 먼저 밝혀야 돌려주겠다고 했단다. 밖에 있는 사람들이 자초지종을 알 길이 있나.

얼마 전, 2심에서 패소했다고 했다. 그럼 이 2심은 쟁점이 무엇인 거야? 물어도 동료 작가들도 잘 모른다. 여기저기 물어본 후에 어쨌든 들은 이야기로는:
한솔교육은 구름빵의 저작권을 한솔수북에 양도했고, 한솔수북은 2차적 활용에 대한 권리를 강원정보문화진흥원에 양도했다> 강원정보문화진흥원에서는 중국에서의 권리를 중국 미디어 회사에 양도했고, 실제로 중국에서 구름빵 캐릭터가 사업적 목적으로 사용되었다. 저작자의 동의 없이.
2심에서 “설령 양도 계약을 했더라도 그림책 한 권에 대한 양도 계약이지, 캐릭터에 대한 양도 계약이라고는 볼 수 없다”가 백희나 작가 측 주장이었는데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러니까 이를 테면, 내가 만약  책 계약을 할 때 신인이라서 잘 모르고 “파도야 놀자” 출판권 양도 계약서를 썼다면, 책 속의 짧은 원피스 소녀가 중국에 가서 뮤지컬로 만들어지고 티비 광고에서 춤을 춰도 나는 할 말이 없다는 이야기가 되는 건가? 나는 그림책을 만들 권리를 판 것 아닌가? 그 책에 나오는 모든 등장인물과 설정들이 필통에 새겨지고 옷의 패턴으로 사용되어도 좋다고 따로 캐릭터 사용에 관한 계약을 한 것은 아니지 않나?

아이고 얼마나 다행인가 말이다. 다행히 “파도야 놀자”의 나의 원피스 소녀는 이름도 없고 그다지 특징도 없어서 캐릭터 상품이 될 가능성이 없다. 캐릭터가 더 확실하고 훌륭했으면 어떡할 뻔했나. 그렇게 살릴 만큼 대단히 괜찮은 캐릭터가 못 되었길래 망정이지, 괜찮았으면 이 사건은 백희나 사건이 아니라 이수지 사건이 되었겠지. 이런 이야기를 했더니 한 동료 작가가 그런다. “나도 신인 때 잘 모르고 전집으로 그린 일러스트레이션 출판권 양도했는데, 다른 출판사에서 단행본으로 나와 팔리고 있어요. 뭐라 하고 싶지만 거의 안 팔리는 듯해서 편안하게 살아요 ㅋ.” 대박이 안 나서 다행인 건가. 참 웃픈 이야기다. 백희나 작가는 하필 대박이 나서 이 고생 인거다. 왜 그랬대. 그러니까 이 사건은 (그럴 리는 없지만 대박이 났으면) 이수지 사건, 혹은 당신의 사건이 되었을 문제다. 모두의 문제인 것이다.

오늘 기사를 보니 이상문학상이 난리다. 지난해 대상 수상 작가가 항의의 표시로 절필을 선언했다. 
마음이 좋지 않다. 그런데 눈에 들어온 것은 이 작가님이 대상 수상 후 “대상 수락 및 합의서”를 “자세히” 읽지 않았다는 대목이었다. 작가들이 계약서를 참 잘 안 읽는다. (이것에 대해서도 할 말이 많지만-다음에) 아마 이런 불합리한 조항이 있으리라 상상하지 못했기 때문일 거다. 게다가 신인일 경우에는 계약서에 대한 지식도 없고, 우선 책을 내고 싶은 마음이 앞서 이후의 불이익을 미처 생각하지 못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자세히 안 읽은 까닭”에, “문제 의식을 갖지 않은 까닭”에 (윤이형 작가님이 스스로 그렇게 쓰셨다) 이런 상황까지 왔다. 그런데 계약서 자체가 불공정 계약이라면, 애초에 계약서가 문제인 것 아닌가? (수상자 단편의 저작권을 3년간 양도하고, 본인의 표제작으로도 쓸 수 없고 다른 단행본에 수록될 수 없다는 조항)
작가 너가 제대로 안 읽고 한다고 했잖아. 너 책 내고 싶었잖아, 너 상 받고 싶었잖아. 할 말 있어? 이건가?

이렇게 아직도 눈 가리고 아웅 하는 현실이 놀랍다. 이런저런 독소 조항을 숨겨놓은 계약서들이 아직도 버젓이 쓰인다. 아, 작가님 모르셨어요? 모르셨구나…

"구름빵이 얼마를 벌었는데 작가에겐 얼마 밖에 안 갔다." 지겹다.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 구름빵은 이제 명실상부 자타공인 “국민 그림책”이 되었다. (“국민” 자 붙이는 것 싫어하지만 어쩔 수 없다) 온라인 서점 순위표 상위권에 백희나 작가의  그림책이 항상 너댓 권이다. 얼마전 어떤 작은 도서관 소식지를 받았는데, “우리 도서관 대출 탑 5” 리스트에 네 권이 백희나 작가 책이더라. 같은 작가 입장에서 부러움에 가슴이 쓰리지만 (…), 어쩔 수 없다. 그 만큼 이 나라 엄마 아이들 마음 다 매혹하는 그림책인 걸 어떡하냐. 역으로 생각해 보면, 한솔은 왜 이 대단한 국민 그림책 작가를 놓아버렸을까 싶다. 얼마나 좋은 파트너십이었겠나. 백희나 작가가 구름빵을 더 밀고 갔다면, 한국도 “전 세계 누구나 한눈에 알아보는 대표 캐릭터”를 가질 수 있었겠지. 세계 북 페어 다녀보면서 늘 아쉬운 게 그거다. (내가 못 하는 일을 누가 해 줬으면 좋겠는데, 그 일을 할 수 있는 누가 자꾸 지상으로 끌려 내려온다...) 여기저기 쓰여 너덜너덜해진, 원작과 동떨어져 많이 부족한 홍시와 홍비가 유튜브에 출몰할 뿐. 내가 만들었는데 돌아보니 내 자식 얼굴이 아니다- 생각만해도 끔찍하다. 백 작가의 고통을 어찌할꼬…

작가와 출판사는 적대적인 관계가 아니다. 서로 뺏고 빼앗는 관계도 아니다. 서로의 등골을 빼먹는 사이가 아니다. (이 좁은 동네에서!!) 작가와 출판사는 멀리 보고 함께 가는 사이다. 엄청난 충성심으로 똘똘 뭉칠 필요까지는 없지만, 같이 일을 하든 안 하든, 한 번이라도 서로 연이 닿았다면, 그래서 좋았다면, 서로가 서로를 격려하며 든든히 믿고 밀어가야 한다. 서로 시간과 공을 들여야 한다. 한 번 보고 말 사이가 아니다. 서로가 서로를 밀어 올려주지 않으면 누가 하나. 이런 것이 없다면, 도대체 어떻게 작가들은 작업할까, 도대체 어떻게 출판사들은 작가들과 책을 낼까. 너무 순진한가? 하지만 내가 본 내 곁의 작가들은 다 그렇게 순진하고, 작은 것에 울고 웃는다.

사람의 일이라, 아주 작은 것에서부터 틀어졌을 수 있다. 아 다르고 어 다를 수 있다. 오해도 많을 것이고, 관련된 모든 사람이 다 억울한 디테일들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제삼자인 나포함, 그림책 동네의 많은 이들이 아는 것 보다 모르는 게 더 많아, 함부로 논평도 못하고 그저 지켜보기만 해 왔을 것이다. (지금 이 글도 무척 조심스럽다.) 하지만, 그런 것 다 떠나서 정말 궁금한 것이 있다. 나는 도대체 한솔의 공식적인 입장이 무엇인지 정말, 대단히, 매우, 진심으로, 말도 못하게 궁금하다. 이렇게 책 안 팔리는 시대에, 자기만의 작업을 꾸준히 해 나가는 동시대의 한 작가를 이렇게 결국 이겨 먹어서 얻는 것은 당최 무엇인지도 궁금하다. 이런 과정을 모두가 모르기를 바라는 걸까? 그저 이 또한 지나가리라. 하는 걸까? 아니면, 이 최초의 의미—상생해야 할 작가와 출판사—와는 전혀 상관도 없는, 우리가 모르는 아주 거대한 진실이 있는 건가? 있다면 좀 알고 싶다. 이 모든 사단 후에, 또 다시 영원한 “을 of 을” 되는 작가들, 이거 기분 탓인가..머리를 긁적이며 남겨질 이 노무 좁아터진 그림책 동네 작가들에게 이야기 좀 해 줬으면 좋겠다.















by 힌토끼 | 2020/02/01 23:56 | 그림책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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