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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차_P1_물건들: 깨진 거울

"Alice's Mirror", Duane Michals 1974
출처: http://www.getty.edu/art/collection/objects/295647/duane-michals-alice's-mirror-american-1974/

혹은 오브제: 깨진 거울 조각, 동그란 안경테와 의자. 손바닥만하나 거울



"거울속으로"는 문제의 책이다.
강연 자리에서 종종 이야기를 듣는다.

"책이 너무 어려워요."
"우리 아이가 저 책 보다 울었어요"
"아이를 낳기 전과 낳은 후, 그림책에 변화가 있나요?"
"책의 결론이 다를 수도 있었나요?"

*

책의 결론은 다를 수가 없었다. 애초에 결론을 내고 시작한 것이라.
당시 내 머릿속에 꽉 차 있었던 문장은, 
"거울은 깨져야 한다"였다.

어쩌면 저 Duane Michals의 작품이 큰 영향을 미쳤을 수도 있다. 깨진 거울은 주로 사람을 긴장시키는 날카롭고 뾰족한 날의 단면-결국 피를 부르는-이 긴장감을 부르곤 하는데, 저 작품의 거울은 "조각"이란 느낌이 강하다. 그리고 저 뭉뚝한 손이란. 손 안에 쥐는 환영, 그 조각.이란 의미로 다가왔다.

어쨌거나 "거울은 깨져야 한다".

나는 주로 어떤 사물의 속성에 이미 결론이 들어있다고 보는 것 같다. 내가 책의 매체적 속성에 주목하는 이유도 비슷하다. 거울의 목표는 깨지는 데 있는 것이다. 거울의 목적은 환영을 보여주는 것이고, 그것은 실재가 아니므로 사라져야 하고, 사라지는 방식은...얄팍하고 위태한 표면이 산산조각 나는 방식으로...

*

오래전 언젠가, 젊고 씩씩했던 내가 존경하는 선배 작가님과 마주 앉아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나는 자랑스럽게 "거울속으로"를 가방에서 꺼내어 보여드렸다. 

주의 깊게 한 장 한 장 넘기시더니 (그 대목에서는 가산점 +)
마지막에 책을 덮고서 하신 말씀, 
"나 같으면 결론을 이렇게 안 냈을 것 같아요. 결론이 아쉬워요."

"나 같으면" 대목에서 +, "결론이 아쉬워요" 대목에서 -.

왜요, 왜요? 하고 집요하게 물어봤던가?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는다. 무척 실망했던 기억은 확실히 난다. 책이 칭찬받지 못 해서라기 보다는, 이 문제의 책을 가지고 나눌 이야기가 그리 없나 하는 실망감이었던 것 같다. 분명한 건 이 결론이 마음에 드냐고 여쭤본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이 책의 장점은 하나 뿐이고, 단점은 백 서른 여덟가지 일 수 있다.
아마 젊고 씩씩했던 나는, 이 책을 통해 나눌 수 있는 이야기를 기대했던 것 같다. 그림책이란 건 무엇인지, 컨셉만 있는 책도 책인지, 작가의 의도란 무엇인지, 의도가 표현되는 방식은 어떨 수 있는지, 작가의 의도란 것이 중요한지, 결론을 책임져야 하는지, 그저 작가만 재밌으면 되는지, 안 되는지, 안 되면 왜 안 되는지....
아아, 그림책의 담론의 수준은 무척 낮구나! 젊고 씩씩했던 나는 책을 가방에 넣고 쓸데없는 소리만 하다가 마음도 가방에 넣고 씩씩하게 걸어나왔던 것 같다.

아이들을 울리고, 기분 좋지않고, 결론이 아쉬운 "거울속으로"는
2003년 이탈리아에서 출간된 이래, 정말 가늘고 길게 연명하여 현재 8개의 판본이 나왔다. 이 중 몇 개는 계약 종료되었을 텐데, 모르겠다. 어쨌거나 나를 늘 긴장시키는 책이며 내 안에서는 하나의 랜드마크인 책이다. 아직도 풀리지 않은 질문에 대해 끝없이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by 힌토끼 | 2020/11/22 08:07 | 100일의 글 쓰기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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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at 2020/11/24 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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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at 2020/11/24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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