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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을 만드는 힌토끼의 잡다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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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커피가 꽁짜네요. 역..by 만토바 at 00:17 ㅎㅎㅎㅎ대화가 소크라테.. by 기차놀이 at 00:08 엇. 이 글을 보고 왜 죄.. by 힌토끼 at 01/25 아앗 귀가 아파. 고만 당겨. by 힌토끼 at 01/22 놀라게해서 죄송합니다... by 힌토끼 at 01/22 제가 이탈리아에서 토선.. by 볼로네제 at 01/21 저의 촉이 맞다면...ㅠ.. by 볼로네제 at 01/21 그지. 나도 실은 잘 안 .. by 힌토끼 at 01/21 피가 되고 살이 되기 전에.. by K at 01/21 ㅎㅎ 재수가 없나보다. .. by 힌토끼 at 01/21 최근 등록된 트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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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국에서 머물 때 런던 동물원에 몇 번 갔다. 동물원은 스산하다. 혼자 어슬렁어슬렁 걷다가 곰동산 Bear Mountain에 도착했다. 제목처럼 콘크리트로 열심히 산을 만들어 올렸다. 산은 알겠는데 곰은 어디있나. 아무리 찾아도 곰은 보이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계속 그 산을 바라보고 서있었다. 내가 못 보는 무엇을 보고 있는 건가? 나도 그들마냥 한참을 멍하니 콘크리트 인공산을 바라보고 있다가 지루해져서 돌아섰다. 텅 빈 동물원, 그들은 무엇을 보고 있는가? 나는 이 곳에 와서 무엇을 기대하는가? `Have some wine,' the March Hare said in an encouraging tone.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루이스 캐럴 글, 존 테니얼 그림, 김경미 옮김, 비룡소 그 즈음 읽고 있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미친 모자장수의 티파티 대화가 생각났다. 없는 포도주를 권하는 3월의 토끼와 없는 곰을 권하는 곰동산, 그리고 나는 곰이 초대한 적이 없는 파티에 방문해 있다. 런던 동물원은 1828년에 열렸다. 처음에는 왕실의 부 과시, 사육, 과학적 목적, 오락거리로 시작되었다. 현대에 와서 생태적 환경을 강조하는 동물원들이 생겨났지만, 환상을 어떻게 직조하든 결국 철창은 철창이고, 숲이 그려진 출입구에는 녹이 슬어있다. 동물들은 제자리를 맴돈다. 동물은 우울하고 사람들은 불편하다. 조잡하고 낡은 우리의 동물들은 자주 사라진다. 있어야 할 자리에 있어야 할 것이 없을 때 오는 낯선 감정. 동물이 있어도 이상하고 없어도 이상한 공간. 조악한 무대 세트 같은 곰동산에서, 나는 눈 가린 연극에 동조하는 느낌이 들었다. 동물원에서 찍은 사진들을 인화했다. 곰동산에서 찍은 사진 몇 장에 에 한 커플이 유령처럼 여러 번 등장했다. 콘크리트 산도 사진을 옆으로 이어가며 늘어놓고보니 나름 장관이었다. 어코디언 폴드 형식으로 배경을 잇고, 이 유령들과 저 주인 없는 풍경을 늘어놓고, 미친 모자장수의 티파티의 부조리한 대화를 병치시키면 내 현재의 감정이 그대로 전해질 것 같았다. 이 책은 “동물원” 책 정서의 기본이 되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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