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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일차_P1_물건들: 곰동산


영국에서 머물 때 런던 동물원에 몇 번 갔다. 동물원은 스산하다. 혼자 어슬렁어슬렁 걷다가 곰동산 Bear Mountain에 도착했다. 제목처럼 콘크리트로 열심히 산을 만들어 올렸다. 산은 알겠는데 곰은 어디있나. 아무리 찾아도 곰은 보이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계속 그 산을 바라보고 서있었다. 내가 못 보는 무엇을 보고 있는 건가? 나도 그들마냥 한참을 멍하니 콘크리트 인공산을 바라보고 있다가 지루해져서 돌아섰다. 텅 빈 동물원, 그들은 무엇을 보고 있는가? 나는 이 곳에 와서 무엇을 기대하는가?

`Have some wine,' the March Hare said in an encouraging tone.
Alice looked all round the table, but there was nothing on it but tea. `I don't see any wine,' she remarked.
`There isn't any,' said the March Hare.
`Then it wasn't very civil of you to offer it,' said Alice angrily.
`It wasn't very civil of you to sit down without being invited,' said the March Hare.

'포도주 좀 마셔.'
앨리스가 식탁을 죽 둘러보았지만 차밖에는 없었다.
'포도주가 어디 있는데요?'
앨리스의 말에 3월의 토끼가 대답했다.
'포도주는 없어.'
앨리스는 화를 냈다.
'그렇다면 포도주를 권하는 건 예의가 아니죠.'
3월의 토끼가 말했다.
'권하지도 않았는데 멋대로 자리에 앉는 것도 예의가 아니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루이스 캐럴 글, 존 테니얼 그림, 김경미 옮김, 비룡소


그 즈음 읽고 있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미친 모자장수의 티파티 대화가 생각났다. 없는 포도주를 권하는 3월의 토끼와 없는 곰을 권하는 곰동산, 그리고 나는 곰이 초대한 적이 없는 파티에 방문해 있다.

런던 동물원은 1828년에 열렸다. 처음에는 왕실의 부 과시, 사육, 과학적 목적, 오락거리로 시작되었다. 현대에 와서 생태적 환경을 강조하는 동물원들이 생겨났지만, 환상을 어떻게 직조하든 결국 철창은 철창이고, 숲이 그려진 출입구에는 녹이 슬어있다. 동물들은 제자리를 맴돈다. 동물은 우울하고 사람들은 불편하다. 조잡하고 낡은 우리의 동물들은 자주 사라진다. 있어야 할 자리에 있어야 할 것이 없을 때 오는 낯선 감정. 동물이 있어도 이상하고 없어도 이상한 공간. 조악한 무대 세트 같은 곰동산에서, 나는 눈 가린 연극에 동조하는 느낌이 들었다.

동물원에서 찍은 사진들을 인화했다. 곰동산에서 찍은 사진 몇 장에 에 한 커플이 유령처럼 여러 번 등장했다. 콘크리트 산도 사진을 옆으로 이어가며 늘어놓고보니 나름 장관이었다. 어코디언 폴드 형식으로 배경을 잇고, 이 유령들과 저 주인 없는 풍경을 늘어놓고, 미친 모자장수의 티파티의 부조리한 대화를 병치시키면 내 현재의 감정이 그대로 전해질 것 같았다. 이 책은 “동물원” 책 정서의 기본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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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힌토끼 | 2021/01/10 10:38 | 100일의 글 쓰기 | 트랙백 | 덧글(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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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치뽈리나 at 2021/01/10 21:16
동물원에 갈 때마다 동물들이 없었어요. 야행성이라고 아이한테 설명해 주고, 퇴근이 이르다고도 말해줬어요. 호랑이는 본인 뜻과는 상관없이 이곳에 와서 모델로 일하고 있어. 그래도 노동법을 지켜야 해서 초과 근무는 안된대.
Commented by 힌토끼 at 2021/01/10 22:44
좋은 설명이네요 ^^ 초과 근무 안하는 호랑이는 그래도 괜찮은 직장에 있네요.
Commented by 와! at 2021/01/11 06:42
생각의 깊이는 어디까지일까 ? 하는 놀라운 분석 !
그리고 싶어서 그린다 는 간단한 말 아래에
겹겹이 쌓인 생각과 감정에 대한 결과물이 책이 였다는. 그림이 주는 다의성은 때론 같은 것을 1과100의 차이 만큼 다르게 만들기도. 이 글을 읽고 다시 본다면 동물원 책에 있는 동물 우리의 라인이 왜 그랬었는지 기분 좋은 납득이 끄덕!

배우고 따라 하고 싶어욤!
와 저 유령 부부 개인전에 등장 인물 인거 맞나요?
실물 보고 싶어욤!
Commented by 동물원팬 at 2021/01/11 18:46
그럼 <동물원>책 배경이 되는건 ‘서울어린이 대공원’이 아니었어요??? 어린이 대공원이라고 굳게 믿고 있었는데요..(허탈)(허탈)(허탈)
Commented by 힌토끼 at 2021/01/11 21:27
오늘 마침 그 답을 글로 썼구랴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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