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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MZ 극장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DMZ극장 퍼포먼스를 보았다.

수르야를 따라 DMZ 극장 전시의 일부이자, 공연 전에는 배우의 분장실/대기실로 변모하는 뒷편으로 들어섰다.
배우들의 화기애애한 모습, 분장실의 조명, 배우들이 뒤집어 쓸 학 모자와 멧돼지, 고라니 탈 따위가 낯설다.


벌써 현장감이. 배우들의 몸, 배우들의 목소리, 실재가 현현.


수르야의 말: 전쟁, 평화, 환경...그 외에 DMZ로 부터 뭘. 더 꺼낼 수 있겠는가?
정연두 작가의 말: 전형적인 무엇보다는 이 공간에서의 이상한 감각을 발견할 수 있다면.
두 사람은 거기서 배우들과 함께 “이야기”들을 꺼냈다. 그걸 극장 무대 위에 올렸다. 실제 비무장지대 전망대에서 벌인 배우들의 즉석 포즈와 일반 방문자를 함게 포착한 정연두 작가의 사진 작업이 묘하다. 그곳은 정말 극장 같다. 쇼를 기다리는 좌석들.

예술은 그런건가 싶다. 다르게 보기, 그리고 그것이 환기하는 어떤 감각, 그 감정을 내버려두고 그대로 바라보는 것.

항상 두 가지 관점이 존재한다.
_텍스트의 전형적 서사, 서사의 깊이, 무엇을 말할 것인가가 더 중요한 경우. 메시지.
_텍스트를 텍스트로 보기. 표면에서 미끄러지기. 말하기 자체가 더 중요한 경우. 열린 해석, 다면성.

그런데 대개의 경우 현대미술은 표면에서 미끄러진다. 그 아래의 텍스트는 개인적인 서사, 개인적인 해석이라
외부에 있는 관객들은 대개 거기까지 따라가지 못한다. 현대미술은 불친절해야하므로 더더욱.

어쩌면 수르야의 작업은
이것을 더 이해하기 쉬운 어떤 것으로 바꿔놓았다. 틈을 메꾼 느낌이랄까.
좀 틈을 너무 메웠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는데
대사로, 몸짓으로 표현되는 서사.
그러나 멋부리지 않아서 좋았다.

설치미술이란 건 그냥 딱, 그런 서사를 고의로 누락시킨건가?하는 생각도 든다.
(대개 뭐 굉장한 서사가 밑에 있는 것도 아닌데-현학적인 평으로 슬쩍 가려놓곤 하지)

링크 썸네일

DMZ 극장|국립현대미술관 서울|2021. 8. 20. ~ 2021. 10. 3.


나는 민들레 이야기가 좋았다. 먼들메 가지마라. 지뢰를 딱 밟은 순간 거기 주저앉아 머리 하얀 꽃무덤이 되는 이미지도 좋았다.
계속 생각했다 저게 그림책이 될 수 있을까?

그림책이 될 수 있을까? 이미 이미지가 나와있고, 한 번 은유된 이미지인데, 그림책 그림은 뭐든지 그릴 수 있다는 게 문제다. 공간의 한계, 묘사의 한계가 없어서. 그림책의 이미지가 연극적일 수 있을까?

학의 이미지는 좋았다. 처음 등장한 학이 가장 강렬했다.
마지막 화강의 여신과 학은 설명이 살짝 과하다는 생각이 좀 들었지만.

플라스틱 병을 뒤집어쓴 퍼포먼스도 좋았다. 실제로 있었던 일이라 더 이야기도 착 붙고. 처음에 두 사람이 마주 보고 하는 대화도 좋았다. 무대 저편에서 플라스틱 병 그물을 들고 나오기 전 병 끼리 부딪히던 소리는 파도와 같았고, 움직임도 좋았고, 천고를 이용해 그물을 올려 붙이는 방식도 좋았다. 
전체적으로, 배우들이 사용한 물건들이 그대로 전시물이 되는 방식도 좋았다. 전시실을 둘로 쪼개 남측과 북측이 되는 것도 좋았고, 관객들이 배우들이 여기저기서 출몰하여 쫓겨다니듯 우르르 밀려다니는 걸 보는 느낌도 좋았다. 나는 연극이 그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늘 했던 것 같다. 좌석에 붙박혀 앉아서 보지 말고, 돌아다니면서 보면 좋겠다. 여기저기서 일어나는 일을 여기저기서 보면 좋겠다는 생각. 그런데 그게 실현된 걸 보니 좋았다.

아이러니한 것은, 지나치게 설명을 들으면 감상이 옅어진다는 것이다. 교육받은대로 봐야한다는 강박이 생겨서.
현대미술은 오히려 관람자에게 자유를 주고 싶었던 걸까? 지나친 소통을 경계. 소통하지않음으로서 생겨나는 소통으로 소통. 
자기가 의미를 챙겨가는 것이라고 나도 말하기 하지만. 적절함이란 건 애초에 없는 걸까?

의상은...연극적.이라는 것에는 동의하나 좀 더 정교하거나 좀 더 성기거나, 둘 중의 하나였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음악은 적절했다. 현장에서 직접 연주하니 좋았다.

총체적인 예술 경험....공간 안에서 펼쳐지는 시각적, 청각적, 서사의 경험, 그리고 그것들이 이끌어내는 기이한 감정.



정연두 작가의 작업에 촘촘한 수르야가 필요했겠지만
수르야의 작업에 미술관이라는 무대가 어땠을까? 다른 맥락에 위치시켜보는 효과.
수르야는 어느 무대가 더 편할까?

미술가는 생략! 생략!하고 싶어하고
연출가는 전달! 전달! 하고 싶어하는 것 아닐까 싶기도.


어쨌든 나는 관객으로서 
정말 즐거웠다. 간만에 머리가 깨어나는 느낌.

























by 힌토끼 | 2021/10/02 21:33 | 그림책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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